The Korean Fashion and Textile Research Journal
[ Article ]
Fashion & Textile Research Journal - Vol. 24, No. 5, pp.530-544
ISSN: 1229-2060 (Print) 2287-5743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22
Received 25 Aug 2022 Revised 14 Oct 2022 Accepted 20 Oct 2022
DOI: https://doi.org/10.5805/SFTI.2022.24.5.530

크리티컬 패션의 문자 전유 : 2000년대 이후의 패션디자인 사례를 중심으로

정정희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Appropriation of Letter in Critical Fashion : Focusing on Fashion Design Examples after the Year 2000
Junghee Jung
Dept. of Fashion Design, School of Art, Sungkyunkwan University;, Seoul, Korea

Correspondence to: Junghee Jung E-mail: j1728@nate.com

©2022 Fashion and Textile Research Journal (FTRJ). This is an open access journal. Articles ar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52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Abstract

Based on a follow-up study on critical fashion’s strategies for object appropriation, this study aims to understand the appropriation of art as a social or cultural phenomenon influencing modern fashion, as well as to analyze and comprehend how to specifically approach the appropriation of critical fashion’s letters through the appropriated interpretation. To explain the theoretical background of critical fashion’s appropriated interpretation, it examined the related literature and data. Moreover, a fashion book-based literature review and a case study were conducted using sources, such as exhibition books, exhibited works, news, fashion magazines, and fashion sites, to examine letter appropriation strategies. In the critical fashion, the appropriation of subversive letters subverts meanings by providing experiences different from those based on real images of letters, which are displaceable. The appropriation of such subversive letters to challenge the value of modernism aims to subvert social value by bringing and relocating existing objects while focusing on their external forms. The appropriation of referential letters focuses on delineating the distance between the subjects who quote something and the quoted something and reprograms the existing letter objects with an introspective and reflective attitude. In other words, critical fashion designers can effectively express their messages through the appropriation of letters, such as graffiti and typography, which are manifestations of challenge or resistance. Appropriating letters as a creative action pursues unmarginalized humans who possess their existence.

Keywords:

critical fashion, letter, graffiti, typography, appropriation

키워드:

크리티컬 패션, 문자, 그래피티, 타이포그라피, 전유

1. 서 론

패션은 인간의 미적 가치에 대한 욕구 실현의 장으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복식의 양상을 추구하며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복식에서의 문양은 복식의 형태, 색채, 재질 등과 함께 시각적 반응으로 심미적 효과를 자아 낼 수 있으며, 충분한 미적 가치의 표현 방법 중 하나이다. 현대 패션 디자인에 있어서 다양한 디자인 요소 중 가장 시각적 관심의 초점이 되는 요소 중 하나로 문양을 들 수 있다. 그 가운데서도 문자모양은 문자 자체가 가지는 의사전달기능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가지면서 동시에 조형적 특성에 따라 복식에 다양한 미적 가치를 부여한다(Kim & Choi, 2008).

인간의 욕구를 복식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현대의 패션 디자이너들은 기호로서의 문자를 새로운 시각적 표현수단으로써 활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영 패션이 폭발적인 힘을 발휘했던 1960년대 팝아트가 유행한 시기였다. 당시 젊은이들이 추구했던 가벼움, 단순함, 즐거움과 같은 취향과 간단명료한 모티브로서의 문자는 그들의 기호와 절묘하게 부합되면서 문자를 통해 자신의 주의주장을 복식에 아로새길 수 있었다(Kim, 2001). 문자가 패션에 적용되던 초기에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념이나 가치를 표현하는 슬로건으로서 진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소속 집단 내 신념 공유의 표현이나 소속감 및 일체감을 증대시키는 도구로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로고로서의 사용이 보편화되어갔다. 그 후 패션 디자이너들은 문자를 사용하여 그들의 상상력을 위트와 유머로 경쾌하게 풀어내는 디자인적 발상전환을 모색하는 등 문자를 이용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때로는 단순히 문자를 문양화시켜서 표현하는 방법도 나타나 문자를 불규칙하게 섞어서 프린팅 한다거나 브랜드나 상품의 로고를 문양화하는 경우로 럭셔리 브랜드에서 한동안 유행처럼 도입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패션에 표현된 문자의 의미는 복식 전체의 의미 및 착용자의 인상, 디자이너의 의도를 좌우하며 심리적인 어필을 통한 내적, 외적 현상을 나타내는 상징적 기호가 된다. 그 형태는 다양한 글자체로 그래피티(graffiti),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캘리그래피(calligraphy), 각 국가의 모국어, 숫자, 브랜드 네임, 브랜드 로고, 특정 단어를 통한 복식의 이미지 부각 등 변형된 형태로 나타났다(Kim, 2002).

패션에서 문자에 관련된 선행연구로는 현대패션에 나타난 타이포그래피의 유형을 분석하고 그 유형별 기능과 의미를 고찰한 연구(Kim, 2009; Seo, 2004), 현대패션에 표현된 문자 디자인의 의미와 상징성을 분석한 연구(Kwon & Park, 2002), 그래피티의 기법, 그래피티 기호의 의미와 특성들을 분석한 연구(Kim, 2007; Kim et al., 1997; Lee, 2002), 그래피티 기법을 분석하고 이를 통대로 힙합 의류 디자인을 전개 한 연구(Jang et al., 2006), 이 밖에 패션에 나타난 문자를 다룬 연구(Kim & Choi, 2008; Lee, 2009) 등이 이루어졌으나 크리티컬 패션에서의 문자에 관한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크리티컬 패션은 아방가르드 패션에서 시작되어 컨셉추얼 패션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되었으며 예술의 제도비판적인 성격을 패션으로 보여주는 사회비판적인 메시지 중심의 실천적 패션을 말한다(Jung & Yim, 2019a). 크리티컬 패션 실천이란 자기 의식적으로 역사와 욕망과 관련하여 중요한 질문을 포함하는 디자인에 대한 방법이자 태도로서 이러한 크리티컬 패션의 실천을 보이는 패션디자이너들은 미래의 변화된 신체, 과거의 어두움, 불확정성과 불확실성, 성의 퀴어링, 성적 경계의 분열, 현실과 비현실사이의 혼돈, 생태학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들은 패션에 예술과 정치를 연결하면서 오브제 전유하는 접근방식을 사용하며(Jung & Yim, 2019b) 디자이너 주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실천적 형태로서 익숙한 예술적 이미지를 사용하여 원본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러한 오브제 전유 전략 중에서도 문자를 전유하는 특징을 보이는 바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크리티컬 패션의 오브제 전유 전략의 후속 연구로서(Jung & Yim, 2021),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현대 패션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ㆍ문화적인 현상으로서의 전유예술을 이해하고, 전유적 해석을 통해 크리티컬 패션의 문자를 전유하는 특징적인 접근방법을 분석하고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본 연구는 패션과 관련된 사회현상에 비평적 태도를 보이는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의 작업에 나타나는 문자 전유 전략을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미적현상으로서의 크리티컬 패션을 이해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연구방법은 문헌연구와 사례연구를 병행하였다. 크리티컬 패션에서 문자와 전유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관련 문헌과 자료를 조사하였으며, 문자 전유와 관련된 사례 고찰을 위해 패션 서적을 통한 문헌연구와 전시도록, 전시작품, 기사, 패션전문지 및 패션관련전문사이트 등을 통한 사례연구를 진행하였다. 크리티컬 패션은 예술에서 제도비판적인 형태를 보인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비판적 메시지가 표현되기 시작한 아방가르드 패션과 이후 등장한 사회와 패션시스템에 대한 메시지나 디자이너의 개념을 패션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컨셉추얼 패션으로 이어지면서 형성되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결합 및 통합을 형태적 특징으로 하는 크리티컬 아트의 영향으로 탈경계, 탈장르, 탈중심화된 경계의 모호성을 넘어 경계를 초월한 사고방식으로 인해 주체 간 상호작용을 위한 새로운 제작 방식의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사례 연구범위는 사회와 패션시스템에 대한 사회비판적 메시지 중심의 크리티컬 패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의 사례를 중심으로 하였다. 크리티컬 패션디자이너는 오늘날 패션의 실천, 착용, 표현, 재현, 소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미와 근원에 대해 도전하면서 새로운 언어를 표현하고 있는 디자이너를 말하여 주로 비서구 디자이너가 해당된다.


2. 이론적 배경

2.1. 문자의 개념 및 유형

문자란 말이나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적기 위한 일정한 체제의 부호로, 넓은 의미로는 시각적 기호를 통하여 인간 상호간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습관적, 규약적 체계를 말한다. 인류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언어가 시간적으로는 전개됨과 동시에 사라지고 공간적으로는 멀리까지 전달될 수 없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문자를 고안해 내었다(Jeon, 2005). 문자는 시각에 호소하는 전달방법이므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초월한다. 한편 시각매체라는 점에서는 회화와 문자는 같으나 회화는 사생이며 구상적인데 반면 문자는 기호이며 추상적이라고 할 수 있어 다른 형태라 볼 수 있다(Jeon, 2005).

문자는 어떤 사물을 기억하고 의사를 소통하기 위한 일종의 기호로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있다. 이것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인, 후한 시대의 허신(許愼)이 엮은 것으로 ‘문(文)이란 사물의 기본적인 문양을 구체적인 그림이나 추상적인 부호로 그려서 나타난 것으로 곧 무늬를 말하며, 자(字)란 이 문(文)과 문(文)을 서로 합해서 만들어진 글자’를 말한다. 기호는 서로의 약속에 의해 만들어지며 사회적 계약과 상징의 집결체이다. 산업구조가 발달하고 복잡해짐에 따라 사람들은 선화, 기호, 그림 등 간단한 의사소통의 수단이 필요해졌으며 그 결과 문자가 존재하게 되었다고 하였다(Jeon, 2005). 인류가 존재한 수 만년 동안 간단한 의사소통의 수단은 많이 있어왔다. 초기에 정보 및 의사전달 방법은 음성정보로 상대방에게 직접 전하여 이뤄졌을 것이다. 이러다가 점차 음성언어 이외에 시간적, 공간적 먼 거리에 있는 기억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장치가 필요해졌고 여러 전달기구들 중 그림이 어떤 것보다도 효과적인 의사전달 방식이었고 그것이 차츰 뜻을 나타내는 문자로 발전되었다(Cho, 1999).

문자 디자인의 유형으로는 그래피티와 캘리그라피(calligraphy), 래터링(lettering)를 포함하는 타이포그라피(typography)가 있다. 인류 발달사에서 보면 영어의 그래피티(graffiti)의 개념은 ‘Write’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Graphei’, 원시인들이 그들의 정주 터에 긁고 상처 내어 그린 이탈리아어 ‘그라피토(graffito)’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복수형인 단어로 ‘벽에다 자국을 내는 것, 긁다, 긁어서 새기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하였으며(Park et al., 2007) 벽 표면을 긁어 만든 드로잉과 이미지를 의미한다(Kim, 2006). 그래피티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크라피토(Sgraffito), 그라피에레(Graffiare), 영어로는 scratch 란 의미에서 유래되었는데, 그라피에레라는 말은 원시시대의 벽화나 화장실이나 욕실 벽에 하는 낙서인 Latrinalia 또는 전반적인 정치적·사회적·대중적·성적 유머, 혹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벽을 긁거나 그리거나 표시하는 것을 지칭한다(Castleman, 1982). 일반적 용어로써 낙서의 의미는 사전에서 글자나 그림 등을 장난으로 아무 곳에 쓴 것을 뜻하며 장난 글씨를 순화한 것을 의미하며 인물이나 시사에 관해 풍자적으로 쓴 글이나 그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는 각종 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휘갈겨 그린 낙서 예술을 말한다(Jung, 2007). 벽을 긁어내는 기법 이외에도 칠하기(painting), 표시하기(tagging), 뿌리기(spray art)등 다양한 시도가 포함되게 되었으며 주로 벽에 그린 그림, 기호, 글씨들만을 지칭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가능한 캔버스, 흑판, 천, 종이 등에 그린 그림들까지도 포함시켜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그 내용들은 정치적·사회적인 문제와 성적이고 유머에 관한 것 혹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그림, 기호, 문자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Roh, 1997). 서구미술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들어오면서 그래피티의 몇몇 두드러진 사상과 기법적 특성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1919년 회화를 완전히 폐기하는 일에 전념한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은 모나리자를 사진기계인 재생형식을 통해 ‘수정된 레디메이드’ 작품을 제작하였다. 뒤샹은 1919년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모나리자(Monna Lisa)〉명작을 전유하여 패러디하면서 낙서미술을 창안해냈다. 연필로 모나리자의 얼굴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그려넣고 그림의 밑에 “그녀는 뜨거운 엉덩이를 가졌다”는 말과 같은 발음을 내는(Kim, 1998) “L.H.O.O.Q.”문자를 적어 넣었다. 이 작품은 변형, 파괴와 더불어 그래피티를 현대 미술에 반영시킨 최초의 작품이었다. 금세기초에 그려진 쟈코모 발라(Giacomo Balla)의 <파산>(1909)이란 작품이 아마도 낙서화의 첫 시도로 볼 수 있으며, 쟈코모 발라의 작품이 사실주의의 ‘레포타지(Reportage)’라면 뒤샹의 <수염난 모나리자(L.H.O.O.Q.)>(Fig. 1)는 창조적이라기보다는 반동적인 행위로, 고상한 미술 전통을 조소하고 거리의 미술로 이끌어 내린 것이다. 이것은 모방이나 내적이념화도 아닌 변환과 비판, 파괴의 전복 행위인 것이다(Seo, 1997). 키스 해링(Keith Haring) 또한 모나리자를 전유해〈묵시 1〉(Fig. 2)을 제작하였다. 뒤샹이 모나리자 코 밑에 수염을 그려 넣어 고급미술의 권위와 가치에 대해 도전하고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해링은 미술이 소수 엘리트만의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 이여야 한다는 것을 모나리자 눈에 엑스(X)표를 그려 넣어 아주 단순하면서도 유머러스한 방법으로 표출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 미술에 있어 낙서가 갖는 의의를 확인해 볼 수 있다(Kang, 2011).

Fig. 1.

Marcel Duchamp, L.H.O.O.Q., 1919. Kang(2011), p. 62.

Fig. 2.

Keith Haring, 묵시 1, 1988. Kang(2011), p. 62.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원래 그리스어의 ‘typographia’에서 온 말로 ‘typo(s)’와 ‘graphi’라는 말이 합쳐진 것이다. 구텐베르크 활자발명 이후 ‘typo(s)’는 ‘도형’에서 ‘활자’라는 뜻으로 변하였고, ‘graphi’는 ‘그리기’에서 ‘기록법’의 의미를 가진 연결형으로 쓰이게 되어 타이포그래피는 최종적으로 ‘활판인쇄술’을 뜻하게 되었다(Park, 2007). 때로는 도판을 포함시키기도 하며, 활판인쇄술이라 번역되듯이 활자를 사용해서 조판하는 일, 조판을 위한 식자의 배치, 활판인쇄, 인쇄된 것의 체재 등을 원칙적으로 뜻하는데, 최근에는 다시 활판이건 아니건 간에 문자의 배열상태를 칭하는 경우가 많고, 나아가서는 레이아웃이나 디자인 등의 동의어로 생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는 사전적으로는 각기 독립적이고 가독성이 있고 재사용이 가능한 금속조각 위에 새겨진 양각의 문자를 통하여 인쇄하는 활판, 활판 인쇄 및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나타난 결과물까지도 의미하는 용어로 좁게는 이미 디자인된 활자를 가지고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Min et al., 1996). 즉 타이포그래피는 ‘글자 형태를 다루거나 글자를 사용하여 디자인하는 기술과 그 표현’을 의미하며 오늘날에는 글자디자인을 비롯하여 자와 컴퍼스 등을 사용하여 그리는 레터링(Lettering)이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쓰는 형태인 캘리그래피(Calligraphy) 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된다(Korean Society of Typography, 2012). 오늘날의 타이포그래피는 고전적 의미의 활자, 사진 식자(phototype setting)를 포함하여 미디어의 확장으로 인한 컴퓨터, 멀티미디어, 인터넷, 영상, 신 정보전달매체 등에 표현되는 문자에 의한 모든 정보 커뮤니케이션의 조형적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2.2. 패션에서의 문자 전유

전유(appropri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유용, 전용, 어떤 목적을 위해 돌려쓰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유는 상실되거나 마멸될 수 있는 원래의 의미를 보존하지 않고 오히려 이미지에 또 다른 의미를 덧붙이는 것이다(Walker, 1983/1994). 전유는 지배문화와 담론의 언어를 바꾸어서 재구성하는 방법을 말하며 한 언어가 자신의 문화적 경험을 담보하는 과정을 의미하거나, 라자 라오(Raja Rao)의 지적처럼 ‘모국어가 아닌 타자의 언어로 모국어의 정신을 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상호 이질적인 문화적 경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언어를 하나의 도구로 전유 및 선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Ashcroft et al., 2002/1996).

미술에 있어서 전유는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본래의 문맥에서 이미지를 끌어내고 다른 문맥에서 취한 이미지들과 혼합함으로서 그 본래의 의미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유 미술(appropriation art)’이란 “대중문화, 광고, 매스미디어, 그리고 다른 예술가 또는 작품으로부터 이미지를 빌려와 새로운 작품에 통합시키는 작가의 작업수단”이다(Fisher et al,. 2012). 이에 전유미술가는 타인의 저작물, 이미지, 상표 등을 원래의 작품에서 가져와 전유한 내용을 감상자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변형시킨다(Lipman et al, 1978).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는 “우리들의 예술 작품은 대부분이 자연의 모방이며, 작가는 단독으로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없을 만큼 자신보다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이 제작한 작품을 모방하여야 한다.”(Yim, 1976) “영국의 미술사학자 앤서니 블런트(Anthony Blunt)는 고대나 당대의 우수한 작품을 새롭게 모사하거나 연구하지 않는 사람은 자연의 사생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으며 예술에 있어서 우미와 완벽성으로 자연을 능가하는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다.”(Anthony, 1956) 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한 시대에 성역으로 간주되었던 예술작품들을 새롭게 해체, 조립한다는 것은 새로운 변주를 통한 새로운 창의력 개발의 또 다른 방법론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

패션디자인에서는 20세기 초부터 문자를 조형수단으로 사용한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1920년대에는 짜 맞춘 글자가 찍힌 실크 셔츠가 젊은 세대의 남성들에게 선호되었고(Bond, 1992) 장 파투(Jean Patou)는 자신이 디자인한 셔츠에 모노그램(monogram)을 인쇄하고 이 셔츠를 수영복, 스웨터, 핸드백과 스카프 위에 올려놓고 전시하였다. 파투는 자신의 이름의 머리글자를 이용해 장식이 주는 자극적인 선전효과를 인식한 최초의 디자이너였다(Chae, 2002). 1938년 엘자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의 ‘천문학(astrology)’ 컬렉션은 별, 달, 해 등의 상징을, 1940년에는 쇼킹핑크의 화살표 형상의 상징을 통해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패션에서 문자의 사용은 영 패션과 팝아트가 유행한 1960년대로서, 가볍고 즐거운 것을 좋아했던 196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간단명료한 모티프로서의 문자는 그들의 기호에 맞는 것이었다. 디자이너들은 그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과 주장을 문자를 통해 표현하였다(Kim, 2001). 팝 아티스트인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일러스트에 주력하다가 패션과 아트, 그리고 상업적 관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생활용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사회를 풍자하는 브릴로 박스(Brillo Boxes)를 드레스로 제작(Fig. 3)하였는데 상품의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였다(Editor of Phaidon Press, 1998). 또한 그의 작품 <더 수퍼 드레스(The Souper Dress)>는 1966년 발표되었고 현재 FIT 의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Steele, 1997). 앤디 워홀의 1962년 팝아트 작품인 <캠벨 수프 통조림(Campbell‘s Soup Cans)>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유한 아트웨어인 <더 수퍼 드레스>(Fig. 4)는 대중적인 일상품의 패키지에서 이미지를 가져와 의상에 전유한 작품으로 패키지의 타이포그래피를 반복하여 사용한 사례로서 1960년대 소비문화와 당시 예술의 대중적인 상징성을 보여준다.

Fig. 3.

Andy Warhol, Brillo Boxes Slogan Dress, 1962. Lee(2009), p. 63.

Fig. 4.

Andy Warhol, The Souper Dress, 1968. Art wear-Fashion and Anti-fashion(2005). p. 55.

1960년대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eny)나 로널드 브룩스 키타이(Ronald Brooks Kitaj)의 회화에서 낙서나 글자 등의 기호화한 추상형태가 나타났는데 이러한 그래피티의 근원은 환상적 표현주의의 우화적 표현에서 그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의복의 무늬나 티셔츠에 이용되기 시작하였다(Chae, 2002). 그래피티는 1960년대 티셔츠나 의복의 무늬로 도입된 이래 1980년대는 패션의 한 테마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래피티 기법을 저항과 풍자를 위한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로서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캐서린 헴넷(Katharine Hammett) 그리고 모스키노(Franco Moschino), 벳시 존슨(Betsey Johnson), 엘리자베스 드 세느빌(Elisabeth de Senneville), 장 샤를르 드 카스텔바작(Jean Charles de Castelbajac) 등이 있다.

스테판 스프라우스의 의상은 1960년대 후반과 70년대의 펑크룩 스타일로부터 영향을 받아, 프린트 제작을 할 때 앤디 워홀, 키스 해링과 공동작업을 펼치기도 하였다. 스프라우스는 주로 단순한 형태의 모터사이클 재킷, 탱크 미니 드레스, 블레이져, 트렌치코트, 진을 중심으로 한 만화, 문구, 단순한 심볼 마크 등을 이용한 그래피티 프린트는 댄스클럽 무대의 의상이 되기도 하였다(Milbank, 1989).

1970년대 영국과 미국의 펑크족들은 기성세대와 사회적 상황에 저항하는 문장이나 속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1970년대에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티셔츠 그래픽이 많은 상징적 의미와 영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웨스트우드가 신중하고 주의 깊게 디자인한 티셔츠 그래픽들은 변하지 않는 사회와 구성원들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만큼의 놀라운 효력을 갖고 있었는데 그 중에 금기시되는 상징들을 이용하여 기존의 상징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뜻을 뒤바꾸는 새로운 상징으로서 사회적 의미와 영향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티셔츠 그래픽은 나치를 상징하는 만(卍)자 문양과 예수를 상징하는 십자가, 그리고 숭고함을 상징하는 영국의 공주얼굴을 배열하고 디스트로이(Destroy)라는 타이포그래피를 디자인함으로써 위대한 ‘펑크락(Punk Rock)티셔츠’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기존의 세 가지의 상징이 가지고 있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제거하고 새로운 사회적 의미로서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즉 웨스트우드의 디스트로이 티셔츠(Fig. 5)는 기성 가치를 부정하고 파괴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여주는 매우 정치적이고 반사회적인 것이었다(Wilcox, 2004). 이 시기 웨스트우드의 디자인에는 부정적이거나 외설스런 문구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반사회적인 메시지는 직접적인 문구로 패션에 표출되었는데, 그 표현 방법은 기계에 의한 그림과 글씨체를 배제하고 손으로 그린 듯한 스타일로써 유명 브랜드에서까지 생산하고 판매되었다(Humaira, 1998).

Fig. 5.

Vivienne Westwood, Destroy T-shirt, 1977. Vivienne Westwood(2004), p. 5.

1977년 5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25주년 기념행사를 맞아 영국의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는 두 번째 싱글앨범 ‘God save the Queen’을 발매하였는데 웨스트우드는 앨범 제목 문자와 함께 여왕의 눈에는 ‘No Future’라는 문자를 새기고, 사진 속 여왕의 입술 사이로 핀이 들어가 있는 펑크 셔츠(MacDermott, 1999) (Fig. 6)를 디자인하였다. 이것은 문화를 이용한 착취적 문자 전유의 사례로서 영국 무정부주의 예술가 제이미 레이드(Jamie Reid)가 코에 안전핀을 꽂은 여왕(Swastika Eyes)(Fig. 7)이라는 유명한 그래픽 아이콘과 섹스 피스톨스의 앨범 커버(‘God save the Queen’ album cover) (Fig. 8)의 그래픽 이미지를 전유한 것이다. Fig. 8은 제이미 레이드의 섹스 피스톨스의 앨범 커버로 영국 국기를 배경으로 여왕의 사진을 담고 여왕의 눈은 노래 제목으로, 입은 자신의 밴드 이름으로 가렸다. 활자를 오려 붙인 것 같이 레터링한 글자체는 협박 편지에서 흔히 사용되는 방식의 형태이다. 영국의 상징이기도 한 여왕의 얼굴을 해체시키고 무례한 문구와 당시로서는 특이한 스타일을 타이포그래피로 장식했다(Hang, 2010).

Fig. 6.

Vivienne Westwood, Reid's Punk Graphic T-shirt, 1977. http://www.punkflyer.com/.

Fig. 7.

Jamie Reid, Swastika Eyes, 1977. manuelbonnici.wordpress.com.

Fig. 8.

Jamie Reid, ‘God save the Queen’ album cover, 1977. manuelbonnici.wordpress.com.

반면에 1980년대 그래피티 패션의 대중화를 선도했던 디자이너는 1975년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영국의 캐서린 햄넷으로 자신의 정치, 사회, 환경오염, 전쟁, 공포, 기아, 갈등 도시환경에 대하여 고발하기위해 사회비평의 슬로건으로 의상과 티셔츠를 디자인하였다. 그래피티 기법을 티셔츠를 매개로 하여 사회에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캐서린 햄넷은 패션과 정치적 아젠다를 접목시키는 가장 유명한 디자이너이다. 캐서린 햄넷이 1984년 영국 디자이너 상을 받을 때 다우닝가(Downing Street)에서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가 수상하였다. 햄넷은 영국 수상을 만날 때 ‘58%의 사람들은 탄도탄을 원치 않는다(58% Don't Want Pershing)’의 짧고 간결한 문장의 티셔츠(Fig. 9)를 입었었다. 이것은 정치적이지만 유머로 넘길 수 있는 아이러니함을 패션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1984년 ‘추즈 라이프(Choose Life)’컬렉션에서 햄넷은 평화운동, 여성운동에도 참여하여 1981년 영국 런던 그린햄 커먼(Greenham Common)의 미국 공군기지(RAF)에서 있었던 반핵 운동에서 모티프를 얻어 사회 고발적 메시지를 그래피티로 응용하여 표현하였다(Mendes & De la Haye, 1999). 헴넷은 ‘Worldwide Nuclear Ban Now(전 세계는 핵무기 반대 중)’와 같은 세계 평화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촉구하였으며(Mendes & De la Haye, 1999), ‘Stop Killing Whales(고래 수렵 중지)’, ‘Stop Acid Rain(산성비는 이제 그만)’, ‘Preserve the Rain forests(열대우림 보호)’와 같은 환경 문제를 다루는 슬로건(Watson, 2004)과 ‘Sanction China(중국 제재)’, ‘Vote tactically(전략적인 투표)’ 등과 같은 메시지를 통해 정치적, 환경적 신념을 표현하였다. 햄넷은 구호가 적힌 수많은 슬로건 티셔츠(Fig. 10)를 통해 시사적인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나타낸 메시지 티셔츠판매의 이익금을 아동학대를 도와주는 자선단체로 보냈다(Steel, 1991).

Fig. 9.

Katharine Hamnett, ‘58% Dont' Want Pershing’ T-shirt, 1984-85 F/W. www.indigo-clarke.com.

Fig. 10.

Katharine Hamnett, Slogan T-shirts, 1984-85 F/W. www.indigo-clarke.com.

이와 같이 패션 디자이너들이 직접적인 표현전달 매체인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피티를 패션에 응용한다. 패션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데서 시작된 타이포그래피는 메시지 전달의 기능으로써 텍스트가 사용되거나, 그 의미나 상징보다는 형태의 크기나 배열, 레이아웃 등에 의한 추상적 이미지를 디자인과 패턴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패션에서 그래피티를 표현 한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저항과 풍자, 개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 위해 강렬한 자기 반영으로써 인간 내면세계의 한 실체를 표현 대상으로 하며, 정신적인 개념의 표현을 중시해 디자이너의 정신체험이 강하게 표출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패션에서의 문자는 브랜드명을 부각시켜 상표를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메시지가 담긴 의상으로 사회 비평 슬로건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다.


3. 크리티컬 패션의 문자 전유

본 연구는 크리티컬 패션의 오브제 전유 전략(Jung & Yim, 2021)의 후속연구로서 본 장에서는 크리티컬 패션의 문자 전유를 분석하기 위해 앞서 선행연구에서 고찰한 예술적 전유의 시대적 흐름인 모더니즘 시대의 착취적 전유, 포스트모더니즘과 컨템퍼러리 시대의 전복적 전유, 포스트-컨템퍼러리 시대의 참조적 전유를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크리티컬 패션은 2000년대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경향의 패션으로서 그 이전 시기의 양상을 설명하는 착취적 문자 전유를 제외하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크리티컬 패션에서 문자를 전유하는 방식을 전복적 문자 전유와 참조적 문자 전유로 나누어 분석하고자 한다.

3.1. 전복적 문자 전유

크리티컬 패션에서 문자를 이용한 전복적 문자 전유의 사례를 모스키노의 로셀라 자르디니(Rossela Jardini), 비비안 웨스트우드, 빅터 앤 롤프(Victor & Rolf),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Maison Martin Margiela) 등의 작품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전복적 문자 전유에 있어 전복은 서인도 제도의 문학과 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미를 띠고 있는 전복 전략은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선례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민주의자들의 언어와 비전을 거부할 수 있는 대항언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조차도 전복은 유일무이한 언어학적 주장의 수단을 제공한다(Ashcroft et al., 2002/1996). 따라서 전복적 문자 전유는 기존의 문자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모더니즘 시대의 착취적 문자 전유와 동일하지만 전치 가능한 문자 이미지를 사용하여 실제 문자 이미지와는 다른 경험을 주어 의미를 전복시키는 것으로, 지배적 합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긍정과 비판의 구분자체를 붕괴시키는 전유로서 이전시대의 착취적 문자 전유와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전복적 문자 전유는 미술에서 주로 독창적인 소재로 새로운 화풍이나 작품을 창조하는 대신 빌린 문자 이미지를 그대로 제시하거나 거기에 인위적 조작을 함으로써 모더니즘의 원동력이 된 원본성(originality)에 대해 반격을 가하는 행위로 이해되고 있다(Ahn, 1999).

문자는 상징의 결과물로서 상징(symbol)은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으로부터 발생하는 창조행위이다. 스테빙양은 상징이란 ‘의식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도록 의도된 기호’라고 정의하였다. 이러한 기호들은 힙합문화의 그래피티 룩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거리 스타일에서 출발한 그래피티 룩이 상향전파 됨에 따라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 역시 그래피티의 반달리즘적 요소를 전유하여 메시지 전달을 위한 직접적 문구나 상징물을 통해, 특히 정치 사회적 이데올로기, 빈부와 환경문제, 전쟁반대 등을 나타내었다. 본래 그래피티 예술이 불법점유로 인한 권리와 소유권 표시, 불연속적인 의사소통 전략, 지배층에 대한 저항, 소수민족의 정체감 형성, 불법적 반항 행동에 대한 범죄적 영웅심리가 내재된 비전통적인 예술가들의 표출구로서, 이들은 도상(Icon), 지표(Index), 상징 등 기호를 매개로 불연속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일부러 혼란스럽고 읽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이용하였다(Tumer, 1996). 그러나 그래피티 룩은 전달자가 자신이 의도하는 메시지를 구체적인 문자를 매개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신자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미전달을 인식할 수 있다.

1990년대 그래피티 기법을 저항과 풍자를 위한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디자이너로서 모스키노가 있다. Fig. 11은 1990 S/S 모스키노의 매장 포스터로서 뱀파이어처럼 분장한 모델의 사진에 붉은 엑스(X)자가 그어져 있고 ‘패션시스템을 멈춰라(Stop the Fashion system)’라는 메시지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강요되는 유행의 거부를 제창한다. 특히 이 포스터에 나타난 X라는 지표의 ‘말소’기법은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나 사이 톰블리(Cy Twombly) 등이 글자를 중첩하거나 글자 위에 검은 색 띠를 두르고 혹은 글자를 지우는 말소기법을 전유한 것으로서, 글자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워진 글자에 더욱 몰두할 것을 의도한 바와 유사하며, 패션 체계의 거부라는 저항효과가 말소기법을 통해 보다 배가 되고 있다(Kim et al., 1997). 그 예로 바스키아의 1987년 <밥값을 해라(Pay for soup)>(Fig. 12)은 활동 초기에 보이고 있는 기호나 암호와는 다른 직설적인 단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바스키아의 내적 변화조짐이 작품으로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반면, 위의 작품들 속의 다중 언어들은 작품에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빈약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가려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가 고안한 기호나 용어는 작품을 담아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Kim, 2015). 모스키노는 1980년대 말부터 패션쇼 세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1991년 더 이상 컬렉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모스키노는 이탈리아의 에이즈 퇴치기구인 <이탈리아 국립 HIV 및 AIDS 퇴치 협회(Anlaids of Lombardy)>와 공조하면서 마약 및 에이즈 퇴치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피티 기법을 이용한 에이즈 퇴치운동인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광고를 통해 캠페인, 자선사업을 전개하는 한편 메시지를 전달하는 디자인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풍자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모스키노는 티셔츠 위에 ‘돈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건 아니다(Money doesn't make the world go round)’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나치게 돈에 집착하는 현대의 배금주의(mammonism) 사상을 풍자한 바 있으며, ‘No to racism !’(Fig. 13)이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세상에 만연된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Fig. 11.

Moschino, ‘Stop the Fashion system’, 1990 S/S Advertising Campaign. Icons of fashion-The 20th Century(2005), p. 137.

Fig. 12.

Jean Michel Basquiat, Pay for soup, 1987. Kim(2015), p. 50.

Fig. 13.

Moschino, ‘No to racism !’, T-shirt, 1994. https://www.vam.ac.uk/.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타이포그래피나 그래피티를 이용해 문자를 전유해오고 있는 디자이너로는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있다. 웨스트우드는 2005년 F/W에서 무정부주의적인 메시지들과 브랜드의 로고를 혐오한다는 의미로 머리띠에 ‘Brand’라는 문자로 장식한 컬렉션을 개최하였다. 2006 S/S에서는 정치 선전 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반대라는 의미를 내포한 이니셜 ‘AR’이 프린트 된 티셔츠와 이 외에도 혁명이론가인 체 게바라(Che Guevara)의 얼굴이 프린트 된 티셔츠, 또는 붉은 하트모양과 ‘I am not a terrorist’(Fig. 14)라는 문구를 넣어 사회적 이슈였던 테러리스트의 공포를 지적하며 반전의 의미를 그래피티로 나타내었다. 이 슬로건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선보임으로써 디자이너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2006년 F/W 컬렉션에서 FBI 요원 두명을 살해한 혐의로 30년째 복역중인 미국 원주민 인권운동가 레오나드 펠티어(Leonard Peltier)의 구명을 위해 ‘Leonard Peltier is Innocent’라는 그래피티를 선보였었다. 2007 S/S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컬렉션에서는 ‘I AM EXPENSIVE’(Fig. 15)라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함으로서 21세기의 여성의 강박관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어 상징적 표현을 한다(Choi, 2008). 2008 S/S에는 영국의 노동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둔 것에 대해 항의하는 정치적인 메시지들로 가득 찬 작품들을 선보여 자신의 이념을 표현하기도 하였다(Kim, 2009). 컬렉션에서 숫자 ‘56’이 프린트된 티셔츠(Fig. 16)를 내세워 영국 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가두고 있는 기간을 컬렉션 날짜까지 따져서 그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나타내기도 하였다(Lee & Han, 2009). 이와 같이 웨스트우드는 그래피티를 통해 의상 스스로 말하도록 함으로써 메시지 전달을 가장 효과적이고 직접적으로 나타내어 가장 정확한 풍자 방식이 되게 한 것이다.

Fig. 14.

Vivienne Westwood, ‘I am not a terrorist’ T-shirt, 2006 S/S. Choi(2008), p. 61.

Fig. 15.

Vivienne Westwood, ‘I AM EXPENSIVE’ T-shirt, 2007 S/S. Choi(2008), p. 61.

Fig. 16.

Vivienne Westwood, ‘56' T-shirt, 2008 S/S. theqoo.net.

문자는 인식작용인 상징적 기능의 결과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문자의 정확한 의미를 가진 언어기호로 사용되기도 하고, 공통된 의미를 담고 있는 텍스트의 내용과 함께 시각적 효과를 활용한 문자의 장식적인 조형미를 포함하여 의상에 표현되기도 한다. 빅터 앤 롤프는 2008-09 F/W 컬렉션(Fig. 17)에서 ‘NO’, ‘WOW’, ‘DREAM’, ‘DREAM ON’과 같은 문자들에 의미를 담아 상징성을 나타내었다. “우리는 패션을 사랑한다. 그러한 패션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그렇지 않다”라고 하는 시대적 패션 감성을 간접적으로 말해주기 위해서 ‘노(NO)’라는 텍스트를 얼굴에 페인팅하여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이는 얼굴이라는 대표적인 특정 부위에 문자로 프린팅함으로써 상징적인 감각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나타내었다. 빅터 앤 롤프는 의상의 다른 모든 부분은 생략하고 ‘드림(DREAM)’글자를 몸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오브제화 하여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도록 하여 각자가 갖고 있는 다양한 꿈을 되새겨보도록 유도하였다(Huh & Ro, 2013). 또한 빅터 앤 롤프는 3D 입체 형태의 ‘드림 온(DREAM ON)’이라는 은유적인 텍스트를 통해 우리가 꿈꾸는 미의 세계가 현존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속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빅터 앤 롤프의 패션에서 문자적 상징은 은유적인 형태의 복합적인 기호의 구성이 두드러지게 결합되어 나타나는 것뿐만 아니라, 추상적 상징, 대상적 상징에서도 상호 결합되는 대상을 통한 은유적인 구성이 그 의미전달에 사용되고 있었다.

Fig. 17.

Victor & Rolf, ‘No’ painting, ‘WOW Coat’, ‘DREAM’ Jacket, ‘DREAM ON’ T-shirt, 2008-09 F/W. www.vogue.com.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한 벨기에 디자이너 브랜드인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의 2006년 S/S 컬렉션(Fig. 18)에 보이는 ‘Caution wet’, ‘Wet paint’, 그리고 ‘Fragile’ 라는 그림 문자는 컬렉션의 전체 이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문구들이다. 이러한 언어의 표현은 개념미술에서 시각적인 언어를 통해 보여 지는 사물의 상태를 암시적으로 표현하여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설명하고 개인적인 생각이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의견이나 비판을 상징적, 우회적으로 나타내는 것과 같이, 언어를 이용한 은유적 표현을 마르지엘라는 옷에 사용하였다(Kwon, 2008). 2009년 S/S에는 모델들의 얼굴을 감추고 확대된 텍스트의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함축하여 그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에서는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념해 ‘There is more action to be done to fight aids than to wear this t-shirt but it’s a good start’라는 영문 슬로건을 내세우며, 1994년부터 매년 새로운 디자인의 리미티드 에디션 에이즈 기부 티셔츠 <에이즈 채러티 티셔츠(Charity AIDS T-shirts)>(Fig. 19)를 선보이고 있다. Fig. 20<에이즈 캠페인 티셔츠(AIDS campaign T-shirt)>은 불어로 번역한 티셔츠이다. 슬로건을 티셔츠 안과 밖에 프린트해서 입은 사람과의 대화 없이는 전체 내용을 읽을 수 없도록 하였기 때문에 소통에 의한 문구의 내재된 의미에 집중을 유발하여서 대중들의 사회적 관심과 각성을 유도하고 있다(Huh & Ro, 2013). 이처럼 마틴 마르지엘라의 패션에서는 의복이 실용성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상징성을 갖춘 예술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고 그의 개념적인 언어로 나타내어 시각적인 소통을 추구하였다.

Fig. 18.

Maison Martin Margiela, ‘Caution wet', ‘Wet paint’, ‘FRAGILE’ skirt, 2006 S/S. www.vogue.com.

Fig. 19.

Maison Martin Margiela, Charity AIDS T-shirt, 2009 S/S. www.vogue.com.

Fig. 20.

Maison Martin Margiela, AIDS campaign T-shirt, 2010-11 F/W. www.inews24.com.

3.2. 참조적 문자 전유

참조적 문자 전유는 인용하는 주체와 인용되는 것 사이의 거리를 표지하는데 중점을 두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패션에서 참조적 문자 전유의 사례를 모스키노의 제레미 스캇(Jeremy Scott), 왓 어바웃 이브스(What about Yves), 에스에스유알(SSUR),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디자인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참조적 문자 전유에서 참조(reference)란 생산 활동에 대한 참고, 그리고 생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창조의 ‘가치’에 대한 참조를 배경으로 한다. 참조대상(référentiel)과의 관계 속에서 기표(signifiant)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놓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이 참조대상이 없다면 기호들을 연결시키고 대립시키지도, 그들 사이의 연계를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참조란 텍스트로 직접 나타나는 인용(quotation)과는 달리, 텍스트로 명시하지는 않은 채 원작품의 내용만을 끌어오는 방식으로 지시적 성격이 드러남을 말한다. 인유(allusion)는 인용 자체와는 다르게 창작적 허용이 존재하는 개념으로 작가 내면의 창조성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다만 인용과 인유 모두 끌어온 원작을 상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Whitworth, 2010). 전유는 비판이나 명백한 논평과 때로는 돌격 또는 공격의 입장을 취한다. 전유는 인유를 불가피하게 수행한다. 문학에서의 인유는 한 작품의 창작적 근원을 따져보는 것으로 하나의 작품이 과거의 문학적 전통과 내용을 직ㆍ간접적으로 인용하여 소재로 삼는 것이다. 인유의 방식은 새로운 작품에 앞선 작품을 특정하고, 입증 가능한 부분을 통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역사적 인물이나 고전을 당대 삶의 의미로 재해석하거나 유명한 문학의 시구, 문장, 어구, 인물의 이름 등을 인용해 작가의 의도를 강조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유는 문장이나 구절이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단어의 제시만으로도 가능하다. 인유는 문화적 거리를 기록하는 기능을 하며 주로 문학 안에서의 문장과 텍스트적 개념으로 다루어지기는 하지만, 미술에서도 가능하며 문학보다 비교적 간접성이 강조되고 매체를 한정하고 있지 않는 넓은 범위의 의미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의 예술학자 스테파니 로스(Stephanie Ross)는 이에 관해 인유의 조건과 확정성을 매체형식보다 창작자의 의도와 근거요소들, 그리고 감상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Ross, 1981). 전복적 문자 전유방식은 외부로 향하면서 기존의 것들을 그대로 가져와 재배치하여 사회적 가치를 전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두었다면 참조적 문자 전유방식은 내부적이고 성찰적인 태도로 기존의 것들을 재프로그래밍하고 있다(Jung & Yim, 2021).

이미지 전유 과정에서 원작을 비평적 수단으로 이용하지만 원작의 내용과는 무관한 현대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비평을 하는 매개적 패러디형태로 나타난다. 이것이 패션에서는 해당 브랜드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는 무관한 사회현상인 대중문화와 소비주의를 풍자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서로 무차별적으로 참조적으로 전유하고 인용하면서 그 가치와 서로의 영역들이 흐트러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모스키노의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의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2014년 F/W에서 모스키노는 맥도날드(McDonald's)의 로고(Fig. 21) 문자를 의복의 패턴으로 접목하여 참조적으로 전유하면서 브랜드 자체를 풍자하려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소비되는 공산품의 상징적 요소들에 대한 노출을 통해 패션의 무가치하고 소비적인 단면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모스키노는 매 해 컬렉션마다 그 당시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항상 유쾌하고 재미있게 패러디해서 발표하는 경향을 브랜드의 특성으로 하는 특히 여러 글자, 문구, 단순화한 그림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2014년 S/S 컬렉션에서는 브랜드명이 적힌 쇼핑백을 원피스로 발표(Fig. 22)하여 그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Fig. 21.

Jeremy Scott, McDonald's logo, 2014 F/W. www.vogue.com.

Fig. 22.

Jeremy Scott, Brand logo One-piece, 2014 S/S. www.vogue.com.

이와 같은 디자인 방식으로 인해 이전의 요소들이 무작위적으로 참조적으로 문자를 전유하면서 다른 조합의 상태로 배열되게 되는데 이러한 참조적 문자 전유 태도를 통해 서로의 가치나 영역이 뒤섞이게 되고 서로 다른 자본의 표상이 가지던 기존의 교환가치나 잉여가치는 혼돈된다. 최근에는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전유하는 성향이 심화되어 번져나가면서 다른 브랜드의 높은 교환가치에 항변하기 위한 공식적인 전유한 브랜드를 만드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예를 들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왓 어바웃 이브스는 생로랑(Saint Laurent), 셀린(Céline), 에르메스(Hermès) 등의 하이패션 로고의 폰트를 전유하여 철자를 바꾼 언어 유희를 통해 전유를 표현했다(Fig. 23). 당시 이브 생 로랑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에디 슬리먼(Hedi Slimane)을 영입하였는데 에디 슬리먼은 기존의 이름인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 Yves를 제외하여 생로랑(Saint Laurent)으로 변경하였다. 왓 어바웃 이브스는 철자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Ain't Laurent without Yves(이브 생 로랑 없이는 입생로랑이 아니다)’ 라는 언어 유희를 통해 해당 패션 하우스의 개편에 대한 비판과 풍자의 의미를 담았다.

Fig. 23.

What about Yves, printed sweatshirts, 2013. fashionindustryboradcast.com.

또한 크리티컬 패션에서는 철자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언어 유희를 통해 패러디하거나 오마주하고 복제의 복제를 통한 원본성의 개념을 풍자하기도 한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에스에스유알은 철자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패션 하우스인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의 폰트를 전유하여 ‘진정 좀 하라’는 의미의 ‘Calm the fuckdown’을 프린트하여 철자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언어 유희 오마주로 표현했다(Ahn, 2020)(Fig. 24). 이와 같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를 다시 전유 즉 재전유함으로써 원본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Fig. 24.

SSUR, Comme des fuckdown, SSUR's logo. Ahn(2020), p. 48.

마지막으로 흑인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는 시각예술과 그래픽을 이용해 디자인을 표현하고 있다. 아블로의 나이키(Nike)의 클래식 모델 10개를 재해석한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더 텐(The Ten)’ 프로젝트는 에어 조던, 에어 맥스, 줌 플라이와 같은 운동화를 해체하고 아블로 식의 해석을 덧댄 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제안되었다. Fig. 25는 신발등 위에 ‘Right’와 ‘Left’, 미드솔에는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열을 가했다는 의미인 ‘Vulcenized’, 운동화 끈에 ’Shoelace’라는 단어가 헬베티카로 적혀있다(Park, 2020). 헬베티카는 산세리프 글꼴의 하나로 오프 화이트가 아이덴티티로 사용하는 시각 요소이다. 아블로의 ‘War is not over!’ 문구의 티셔츠(Fig. 26)는 레터링 그래픽으로서 혁명적 문구를 해석한 것이다(Sullivan, 2015). 티셔츠의 그래픽은 Off-white를 위한 2015 F/W 여성 컬렉션 <갈라진 끝(Split Ends)>에서 선보인 그래픽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깨어있는 정신과 저항하고 함께 모이는 문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를 표현하였다. 또한 아블로는 Fig. 27에서 영국 다이애나 왕비(Diana Frances)의 인도주의자로서의 행동(Humanity in Action)을 일깨우기 위해 미국 적십자(American red cross)로고를 티셔츠에 레터링 그래픽을 통해 표현하였다(Park, 2019).

Fig. 25.

Virgil Abloh, The Ten project. 2017-2019. Park(2020), p. 114.

Fig. 26.

Virgil Abloh, ‘War is not over!’ T-shirt, 2015 F/W. www.vogue.com.

Fig. 27.

Virgil Abloh, American red cross T-shirt. Park(2019), p. 73.

이와 같이 크리티컬 패션에서 문자 전유 방식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비판적 메시지는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도전과 패션소비문화 비판 즉 패션액티비즘으로 요약된다. 패션산업 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패션산업 시스템을 재정의 하고 재조정하고자 하는 도전의 메시지이다. 패션소비문화 비판 즉 패션액티비즘은 디자이너들의 패션과 의류 프로젝트가 사회적 주제를 다루는데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도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크리티컬 패션의 참조적 문자전유는 기존의 문자 즉 그래피티나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하여 창조기법이자 예술양식인 전유를 확장시킨 형태의 재전유 방식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상의 크리티컬 패션에서의 문자 전유를 정리하면 Table 1과 같다.

Appropriation of letter in critical fashion


4. 결 론

본 연구의 중요한 개념인 전유의 특징을 요약하면 전유는 한 개인이나 집단이 어떠한 문화적인 대상을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행위이다. 즉 상황과 목적에 따라 어떠한 텍스트나 상징, 혹은 표상을 나름대로 소화하고 재창조하는 문화적인 행위가 전유인 것이다. 문화적이거나 지적인 소비는 전유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산의 한 형태가 된다. 왜냐하면 소비란, 비록 어떤 대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유의 과정을 거쳐 생산자 즉 작가나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 의도했던 것과는 결코 동일시될 수 없는 의미들을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유는 읽기, 보기, 듣기와 같은 다양한 지적 실천들이 소비자를 통제하려는 생산자의 이데올로기적 혹은 미학적 메시지의 권위에 종속되기보다는 오히려 생산자의 의도에서 벗어나는 재사용이나 오용이나 도전이나 저항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도전이나 저항의 표현으로서 전유의 특징을 바탕으로 크리티컬 패션의 문자 전유를 전복적 문자 전유와 참조적 문자 전유를 나누어 분석하였다. 첫째, 의복에 표현된 문자의 의미는 의복 전체에 주는 인상 및 착용자의 의미, 디자이너의 의도를 좌우하며 심리적 어필을 통한 내적, 외적 현상을 나타내는 상징적 기호로 표현된다. 크리티컬 패션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으로는 사회에 대한 저항과 풍자, 개인의 정체성의 표현으로 문자의 전복적 의미 전달을 위한 그래피티와 브랜드 네임, 브랜드 로고 및 특정 단어를 이용하여 뜻의 전달보다는 새로운 의미부여를 위한 타이포그라피 형태로 나타났다. 둘째, 전복적 문자 전유에서 기존의 문자를 사용하는 것은 모더니즘 시대의 착취적 문자 전유와 동일하지만 전치 가능한 문자 이미지를 사용하여 실제 문자 이미지와는 다른 경험을 주어 의미를 전복시킴으로서, 지배적 합리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긍정과 비판의 구분자체를 붕괴시키는 전유라는 점에서 이전시대의 문자 전유와 차이점이 있었다. 참조적 문자 전유는 인용하는 주체와 인용되는 것 사이의 거리를 표시하는데 중점을 두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모더니즘의 가치를 공격하기 위해 전복적 문자 전유방식은 기존의 문자 오브제를 재배치하여 사회적 가치를 전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두었으며 참조적 문자 전유는 내부적이고 성찰적인 태도로 기존의 문자 오브제들을 재프로그래밍하고 있었다. 셋째, 포스트 모더니즘, 컨템포러리 시대의 패션디자이너들은 기존의 전치 가능한 문자로 의미 전복을 위한 전복적 문자 전유 방식을 취하였다. 이후 포스트-컨템포러리 시대의 패션디자이너들은 만들어진 문자로 예술양식의 확장을 위한 참조적으로 문자를 전유하였다. 넷째, 크리티컬 패션에서 그래피티와 타이포그래피 등의 문자 전유를 통해 의미를 혼합하고 충돌시켜 새로운 의미가 재탄생되어진다. 또한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소통을 추구하고 디자이너의 의도를 드러내기 위한 새로운 표현양식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결론적으로 전유는 사회학적으로 특히 미국에서 중요한 개념인데, 그것은 중심적 권력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들의 정체성 되찾기와 관련이 있다. ‘작품’이란 예술적 사물이 아니라 자신을 알고,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들의 조건들을 재생산하고, 자신의 자연과 조건들을 전유하고, 스스로 자신의 작품이되는 그러한 행위이다. 특히 크리티컬 패션 디자이너들의 타이포그래피 형태의 참조적 문자 전유는 마치 뒤샹의 레디메이드에 새겨 넣은 짧은 문자들과 같은 텍스트로서 소비자를 언어적인 다른 영역으로 데려가는 데 목적이 있다. 텍스트를 이미지화하여 오브제로써 제시하고 있는, 오브제가 텍스트이며 텍스트가 곧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미술에서의 전유행위가 예술가 주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실천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듯, 패션에서도 디자이너 주체의 존재를 부정하는 실천적 형태로서 익숙한 로고나 문자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이미 발견된 문자 이미지를 원래의 문맥에서 떼어와 새롭게 배치함으로써 새로운 해석을 유발하도록 맥락화한 것이다. 이러한 재전유 방식은 소비자의 주체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크리티컬 패션의 특징 중 하나는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컬렉션에서 나아가 전시, 영상, 소셜미디어, 프로젝트 등을 이용해 새로운 공간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해 커뮤니티의 전달방식에 변화를 주는 데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컬렉션 사례 위주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제한점이 있다. 이에 본 연구가 발판이 되어 다양한 매체를 함께 다루면서 동성애자(queer)나 흑인(nigger) 등 정체성 되찾고자 하는 디자이너들의 문자 전유에 관한 후속 연구가 이어지길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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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Fig. 2.
Keith Haring, 묵시 1, 1988. Kang(2011), p. 62.

Fig. 3.

Fig. 3.
Andy Warhol, Brillo Boxes Slogan Dress, 1962. Lee(2009), p. 63.

Fig. 4.

Fig. 4.
Andy Warhol, The Souper Dress, 1968. Art wear-Fashion and Anti-fashion(2005). p. 55.

Fig. 5.

Fig. 5.
Vivienne Westwood, Destroy T-shirt, 1977. Vivienne Westwood(2004), p. 5.

Fig. 6.

Fig. 6.
Vivienne Westwood, Reid's Punk Graphic T-shirt, 1977. http://www.punkflyer.com/.

Fig. 7.

Fig. 7.
Jamie Reid, Swastika Eyes, 1977. manuelbonnici.wordpress.com.

Fig. 8.

Fig. 8.
Jamie Reid, ‘God save the Queen’ album cover, 1977. manuelbonnici.wordpress.com.

Fig. 9.

Fig. 9.
Katharine Hamnett, ‘58% Dont' Want Pershing’ T-shirt, 1984-85 F/W. www.indigo-clarke.com.

Fig. 10.

Fig. 10.
Katharine Hamnett, Slogan T-shirts, 1984-85 F/W. www.indigo-clarke.com.

Fig. 11.

Fig. 11.
Moschino, ‘Stop the Fashion system’, 1990 S/S Advertising Campaign. Icons of fashion-The 20th Century(2005), p. 137.

Fig.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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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chino, ‘No to racism !’, T-shirt, 1994. https://www.vam.ac.uk/.

Fig. 14.

Fig.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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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5.

Fig.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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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6.

Fig. 16.
Vivienne Westwood, ‘56' T-shirt, 2008 S/S. theqoo.net.

Fig. 17.

Fig. 17.
Victor & Rolf, ‘No’ painting, ‘WOW Coat’, ‘DREAM’ Jacket, ‘DREAM ON’ T-shirt, 2008-09 F/W. www.vogue.com.

Fig. 18.

Fig. 18.
Maison Martin Margiela, ‘Caution wet', ‘Wet paint’, ‘FRAGILE’ skirt, 2006 S/S. www.vogue.com.

Fig. 19.

Fig. 19.
Maison Martin Margiela, Charity AIDS T-shirt, 2009 S/S. www.vogue.com.

Fig. 20.

Fig. 20.
Maison Martin Margiela, AIDS campaign T-shirt, 2010-11 F/W. www.inews24.com.

Fig. 21.

Fig. 21.
Jeremy Scott, McDonald's logo, 2014 F/W. www.vogue.com.

Fig.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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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6.

Fig. 26.
Virgil Abloh, ‘War is not over!’ T-shirt, 2015 F/W. www.vogue.com.

Fig. 27.

Fig. 27.
Virgil Abloh, American red cross T-shirt. Park(2019), p. 73.

Table 1.

Appropriation of letter in critical fashion

Appropriation type Meaning of letter object Critical designer Critical message Characteristics of letter
appropriation method
Subversive letter
appropriation
Subverts meanings by
providing experiences different
from real images of letters,
based on letter images which
are displaceable
Moschino's
Rossela Jardini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industry
system as a criticism of the fashion collection
cycle
Appropriation of letters to
criticize the fashion industry
system
Vivienne
Westwood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activism
as a criticism of social phenomena
Appropriation of letters to
satire of political messages
Victor & Rolf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industry
system as a criticism of the rapid change in
fashion
Appropriation of lettes to
express warnings about the
rapid flow of fashion
Maison Martin
Margiela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activism
as a criticism of social phenomena
Appropriation of opinions or
critical letters on social
phenomena
Referential
appropriation
Expanding artistic forms
with created letter images
Moschino's Jermy
Scott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activism
as a criticism of social phenomena as a
criticism of fashion consumption culture
Appropriation to existing
brand logo and package letters
What about Yves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industry
system as a criticism of the reorganization of
the fashion house
Appropriation to existing
luxury brand logo letters
SSUR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industry
system as a criticism of luxury fashion brands
Appropriation to existing
luxury brand fonts
Off-white's
Virgil Abloh
A message challenging to the fashion activism
as a criticism of social phenomena
Appropriation of known logos
or letters